2025년 경제의 불확실성 속에서 투자자와 기업 모두가 주목하는 변수 중 하나는 ‘공급발 인플레이션’입니다. 이는 수요 증가로 인해 발생하는 전통적인 인플레이션과 달리, 원자재 가격 급등, 물류 비용 상승, 지정학적 리스크, 생산 차질 등 공급 측 요인에서 발생하는 물가 상승을 의미합니다. 특히 팬데믹 시기와 2022~2023년 글로벌 공급망 위기에서 경험한 것처럼, 공급발 인플레이션은 예측이 어렵고 충격이 빠르게 확산되기 때문에 시장과 경제 전반에 미치는 파급력이 매우 큽니다. 이번 글에서는 2025년 하반기에 공급발 인플레가 재연될 가능성을 세 가지 핵심 요인—운임, 중동, 기업—을 중심으로 살펴보고, 구체적인 사례와 대응 전략까지 다룹니다.
운임: 해상 물류 비용의 재상승 가능성
팬데믹 시기 글로벌 해상 운임은 사상 최고 수준까지 치솟았습니다. 컨테이너 1TEU당 운임이 2,000달러에서 15,000달러 이상으로 폭등한 사례는 물류비가 기업 원가와 소비자 가격에 얼마나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지 보여주었습니다. 2025년 하반기에도 일부 조건이 맞물리면 유사한 상황이 재연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첫째, 글로벌 물류 네트워크는 여전히 완전 정상화되지 않았습니다. 미국 서부 항만의 하역 지연, 유럽 북해항만의 인프라 부족, 아시아 일부 국가의 항만 노동 파업 가능성 등은 해상 운송 효율성을 떨어뜨립니다.
둘째, 기후 변화가 새로운 리스크로 부상하고 있습니다. 파나마 운하는 가뭄으로 선박 통과 제한을 겪고 있으며, 북극항로는 해빙 시기 변동성이 커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변화는 항로 우회와 운송시간 증가를 야기하며, 결과적으로 운임 상승 압력을 만듭니다.
셋째, 해운사들의 공급 조절 전략도 중요합니다. 글로벌 대형 해운사들은 팬데믹 이후에도 선박 공급량을 완전히 회복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는 시장의 과도한 운임 하락을 방지하고, 일정 수준 이상의 가격을 유지하려는 전략입니다.
대응 전략으로는 수입·수출 기업이 장기 운임 계약 비중을 높이고, 복수 운송사와 거래선을 확보하며, 철도·항공 등 대체 운송 경로를 사전에 협의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또한 물류비 변동을 제품 가격에 반영할 수 있는 계약 조항을 미리 마련해야 합니다.
중동: 지정학적 리스크와 에너지 가격
중동은 전 세계 원유 공급의 약 30%를 차지하는 전략적 지역입니다. 특히 사우디아라비아, 이란, 이라크, 아랍에미리트 등은 국제 유가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2025년 하반기에는 다음과 같은 요인이 공급발 인플레를 유발할 수 있습니다.
첫째, 주요 산유국 간 정치·군사적 갈등이 원유 생산 차질로 이어질 가능성이 큽니다. 예를 들어, 이란과 사우디 간의 긴장이 재점화되거나, 리비아 내전이 악화되면 원유 생산량이 감소할 수 있습니다.
둘째, 원유 수송 경로인 호르무즈 해협과 수에즈 운하에서의 군사적 긴장은 해상 보험료를 급등시키고, 선박 운항 속도를 늦추며, 결과적으로 운송비와 원유 가격을 모두 끌어올립니다.
셋째, OPEC+의 감산 정책은 에너지 가격 안정보다 회원국의 재정 수익 극대화에 초점이 맞춰질 수 있습니다. 여기에 미국과 중국의 전략비축유 정책이 맞물리면 단기적인 가격 급등 가능성도 있습니다.
넷째, 재생에너지 전환 과정에서 원유·가스 투자 감소가 장기적으로 공급 여력을 약화시키고, 가격 변동성을 더 키울 수 있습니다.
에너지 가격 상승은 전력·난방·운송 비용을 높여 제조업, 서비스업 전반에 파급됩니다. 정부 차원에서는 에너지 수입 다변화와 LNG·수소 등 대체 에너지 인프라 투자 확대가 필요하며, 기업은 에너지 효율 기술 도입, 재생에너지 PPA(전력구매계약) 체결 등을 통해 리스크를 줄여야 합니다.
기업: 가격 전가 전략과 공급망 재편
기업은 원자재·물류·에너지 비용 상승을 흡수하지 않고 소비자 가격에 전가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는 단기적으로는 인플레이션을 심화시키는 요인이 됩니다.
첫째, 글로벌 대기업들은 공급망을 다변화해 특정 국가나 업체 의존도를 줄이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반도체 산업에서는 미국과 유럽이 생산 거점을 확대하고, 의류업체들은 베트남·인도·멕시코 등으로 생산지를 이전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재편 과정에서 초기 투자비와 전환비용이 발생하며, 이는 제품 가격 상승으로 이어집니다.
둘째,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면 기업은 재고 확보 경쟁을 벌입니다. 예를 들어, 배터리 제조사들이 리튬·코발트 가격 급등에 대응해 장기 구매 계약을 늘리는 과정에서 단기적으로 시장 가격이 더 오를 수 있습니다.
셋째, 브랜드 파워가 강한 기업은 비용 상승을 소비자가격에 완전히 반영할 수 있지만, 경쟁이 치열한 산업은 가격 인상폭이 제한되어 마진이 압박받을 수 있습니다. 이런 경우 기업은 생산성 향상, 원가 절감, 제품 믹스 개선 등을 병행합니다.
대응 전략으로는 원가 구조를 세분화해 가격 전가율을 합리적으로 설정하고, 기술혁신을 통한 생산성 향상으로 비용 상승을 상쇄하며, 장기적으로는 공급망 효율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전환해야 합니다.
결론적으로, 2025년 하반기 공급발 인플레이션의 재연 가능성은 운임, 중동, 기업 전략이 어떤 방향으로 전개되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해상 운임의 재상승, 중동 리스크로 인한 에너지 가격 급등, 기업의 가격 전가와 공급망 재편이 동시에 발생하면 물가는 단기간에 빠르게 오를 수 있습니다. 가계와 기업 모두 이러한 공급 측 변수를 상시 모니터링하고, 비용 상승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전략을 준비해야 합니다. 데이터 기반의 가격 예측, 장기 계약, 대체 공급선 확보, 에너지 효율화 투자, 유연한 가격정책 설계가 2025년 하반기를 안정적으로 넘기는 핵심이 될 것입니다.